`차세대 DVD 시장을 선점하라.`

다가오는 HD(고화질) TV시대를 주도할 동영상 기록매체 표준을 놓고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와 `HD―DVD` 진영간 `표준 전쟁`에 돌입했다.

CD가 카세트테이프와 레코드판을, DVD가 VHS 테이프를 대체하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매체ㆍ기록 기술을 주도하게 된 광디스크드라이브(ODD) 관련업계는, 이제 HDTV가 기존 아날로그TV를 대체하게 됨에 따라 HD 콘텐츠를 녹화ㆍ재생하는 데 사용될 차세대 기록매체를 놓고 표준화를 추진중이다.

기존 DVD는 SD급 영상저장에 적합한 4.7GB(복층시 8.5GB) 용량에 불과하지만, 이들 차세대 DVD는 작게는 23GB에서 많게는 50GB 이상의 용량을 지원해 HD급 영상저장에 걸맞다.

현재 블루레이는 소니ㆍ마쓰시타를 중심으로, HD―DVD는 도시바ㆍNEC를 주축으로 표준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측이 향후 수십년간 영상 저장매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1970년대 베타 방식과 VHS 방식이 맞붙었던 영상저장 시장의 표준 전쟁이 약 30년만에 재현된 것으로 보고 그 행보에 관심을 주목하고 있다.

◇각 규격 어떤 차이가 있나〓차세대 DVD는 화면 크기는 현재와 비슷하지만 화질이 6배 이상 선명한 고화질 영상을 장시간 녹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블루레이와 HD―DVD는 모두 파장 405㎚ 이하의 청색 레이저를 이용해 기존 CD나 DVD와 같은 크기인 직경 12㎝ 광디스크에 수십GB의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용량ㆍ압축기술ㆍ디스크 규격 등에서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다.

블루레이 진영은 현재의 표준화질에서 고화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과는 완전히 차별화 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블루레이는 단면 23∼27GB, 복층 50∼54GB라는 대용량을 지원하는 대신 디스크 생산시설을 새롭게 갖춰야 하는 등, 높은 비용을 소요하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HD―DVD 진영은 기존 DVD 규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규격 전환의 용이성을 추구하고 있다. HD―DVD는 현재의 DVD와 비슷한 구조로 기존 제조설비를 이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단층 기록 용량이 20GB 수준에 불과하다. 저장용량이 적은 만큼, HD―DVD의 저장 방식은 MPEG2를 이용하는 블루레이와 달리 압축률이 우수한 MPEG4를 이용한다.

◇각 진영, 우군확보에 총력〓현재로서는 히타치ㆍ샤프ㆍ미쓰비시ㆍ파이오니아ㆍ삼성전자ㆍ델ㆍHP 등이 가세한 블루레이 진영이 수적으로 한발 앞서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영화사인 20세기폭스가 블루레이 방식을 차세대 DVD플레이어 표준으로 적용키로 결정해 큰 힘을 얻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세대 DVD의 보급 초기에는 소프트웨어가 승부를 좌우하는 만큼,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를 우군으로 삼는 편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HD―DVD 진영은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HD―DVD 규격을 차세대 윈도 운영체제(OS)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용 PC에 윈도 OS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MS의 합류는 차세대 표준 경쟁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HD―DVD 진영은 주축을 이룬 도시바와 NEC에 이어 최근 산요전기가 가세, 수적 열세 만회에 나서고 있다.

◇어떤 제품들 있나〓각 DVD 규격을 지원하는 제품은 콘텐츠 및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리코더에 아직 머물고 있으나, 앞으로는 캠코더ㆍPCㆍTV 등 응용제품군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블루레이의 경우 현재 소니ㆍ마쓰시타ㆍLG전자ㆍ샤프 등 4개 업체가 블루레이 리코더를 출시했으며, 지난 4월 삼성전자도 블루레이 리코더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값은 300만원대로 아직은 일반 DVD 리코더에 비해 크게 비싼 편이다.

또 소니와 마쓰시타는 내년 중 블루레이 방식의 디지털캠코더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크기를 줄인 지름 8㎝의 소형 블루레이 디스크를 기록매체로 사용하며, 15GB 용량으로 80∼120분 분량의 고화질 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HP 역시 내년 중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장착한 PC를 업계 최초로 출시할 계획이다.

HD―DVD의 경우 내년부터 제품 출시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도시바는 내년 하반기 HD―DVD 전용 플레이어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 120만원대 수준에 우선 출시한 뒤, 2006년에는 가격을 60만원 이하로 낮춰 세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도시바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로부터 50여개의 영화 타이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NEC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데스크톱PC에 내장하는 HD―DVD 드라이브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며, 데이터 기록이 가능한 노트북PC 내장형 HD―DVD 드라이브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규격도 등장〓블루레이와 HD―DVD도 아직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이들 두 규격을 크게 능가하는 기술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일본 파이오니아는 DVD 저장용량의 100배, 블루레이나 HD―DVD 저장용량의 10∼25배 많은 500GB를 디스크 한 장에 기록ㆍ저장할 수 있는 광디스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피트 사이의 간격을 70㎚로 좁히고 같은 직경의 디스크 원반에 다수의 피트를 집어넣어 디스크 한 장당 영화 100개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파이오니아는 이 기술을 블루레이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선정, 향후 제조기술의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지운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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